“AI 때문에 사라질 직업은 몇 개인가?” 이 질문에 한 줄로 답하는 권위 있는 숫자는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추정치는 9%에서 60%까지 퍼져 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재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를 풀고, 그 위에서 “어떤 종류의 직업이 줄어드는가”를 정리한다.

반대편 질문인 “AI가 만들 직업”은 같은 날 올라온 AI가 만들 직업은 몇 개, 어떤 종류인가에서 다룬다. 개발자 직군만 따로 본 글은 개발자 일자리와 AI에 있다.

1. 숫자부터 — 방법이 다르면 답이 다르다

출처 방법 숫자 실제로 의미하는 것
Frey & Osborne (2013, 저널판 2017) 직업 단위 자동화 확률 (미국 702개 직업) 미국 고용의 약 47% “at risk” 기술적으로 컴퓨터화될 수 있는 직업 (직업 통째로 판정)
Arntz·Gregory·Zierahn (OECD 2016) 업무(task) 단위 자동화 가능성 (OECD 21개국) 평균 9% (한국 6%, 오스트리아 12%) 같은 직업 안의 업무 차이를 반영하면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OECD Employment Outlook 2019 업무(task) 단위 자동화 위험 14% 고위험 + 32% 큰 변화 15~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와, 남더라도 업무가 크게 바뀔 일자리
IMF SDN 2024/001 생성형 AI 노출도 × 보완성 전 세계 고용의 약 40% 노출, 선진국 약 60% 노출됐다고 사라지는 게 아님. 선진국 60% 중 약 절반은 AI가 보완하는 쪽
ILO WP140 (2025) 생성형 AI 노출도 (업무 단위) 일자리 4개 중 1개 노출, 최고 등급 3.3% ILO는 이것을 “일자리 상실 추정이 아니다”라고 명시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2023-30 특허 기반 AI 노출 지수 (한국) 상위 20% 직업 종사자 약 341만 명 (12%) 상위 25%로 잡으면 약 398만 명(14%)
WEF Future of Jobs 2025 고용주 설문 (2025→2030) 사라질 일자리 9,200만 (8%) / 생길 일자리 1억 7,000만 (14%) / 순증 7,800만 기업이 예상한 수치. AI만이 아니라 기술·경제·인구 변화 전체의 효과

출처: Frey & Osborne 2013 원문 PDF · OECD Employment Outlook 2019 · IMF SDN/2024/001 · ILO WP140 · 한국은행 블로그 “AI와 노동시장 변화” · 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

47%와 9~14%는 왜 이렇게 차이 나나

Frey & Osborne는 직업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놓고, 그 직업이 자동화될 확률을 매겼다. 반면 OECD 쪽 연구(Arntz·Gregory·Zierahn 2016, 그리고 Employment Outlook 2019)는 같은 직업 안에서도 사람마다 하는 업무가 다르다는 점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같은 “회계사”라도 장부 입력만 하는 사람과 고객 상담·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업무 단위로 보면 직업 전체가 통째로 사라질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

OECD 보고서도 이 점을 직접 짚는다. 14%는 “일부 연구자들이 주장한 것보다 상당히 적은” 숫자이고,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실제로 자동화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썼다. 비용 효율, 법·윤리 문제, 사람들의 선호, 정책 결정이 모두 변수라는 것이다.

노출도 숫자(40%·60%·25%)는 “사라질 직업”이 아니다

IMF와 ILO의 숫자는 생성형 AI 이후의 연구다. 둘 다 “노출(exposure)”을 잰다. 노출됐다는 것은 그 직업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AI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가 대체일지 보완일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

  • IMF: 선진국 고용의 약 60%가 노출돼 있다. 이 중 약 절반은 AI가 생산성을 올려 주는 고보완 직업이고, 나머지 절반이 노동 수요가 줄 수 있는 저보완 직업이다.
  • ILO: 일자리 4개 중 1개가 노출돼 있지만 최고 노출 등급은 3.3%뿐이다. ILO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지기보다 변형(transformation)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AI가 일자리 40%를 없앤다”는 기사 제목은 원문을 잘못 읽은 것이다.

2. 어떤 종류가 줄어드나

① 사무·행정직 — 모든 출처가 일치하는 1순위

방법이 달라도 거의 모든 출처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 WEF 2025가 꼽은 감소 직업 상위권: 계산원·매표원, 행정보조·비서, 인쇄 종사자, 회계사·감사, 우체국 사무원, 은행 창구 직원, 데이터 입력원. 절대 감소 규모가 가장 큰 군은 사무·비서직(clerical and secretarial workers)이다.
  • ILO WP140에서도 노출이 가장 높은 직군은 사무직(clerical support workers)이다.

공통점은 정형화된 정보를 입력·옮기기·확인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전 세대의 자동화(소프트웨어, 셀프 계산대, 인터넷 뱅킹)가 이미 줄여 온 직업에 생성형 AI가 압력을 하나 더 얹는 구조다.

② 새로 노출된 고학력·고소득 인지 노동

생성형 AI가 이전 기술과 가장 다른 점이 여기 있다.

  • 한국은행: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된다. 이전 기술인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주로 중간 소득·중간 학력 일자리에 영향을 준 것과 정반대다. 직업 세분류로 보면 일반 의사(노출 상위 1% 이내), 회계사·자산운용가(상위 19%), 변호사(상위 21%)가 노출 상위권이다. 반면 기자, 성직자, 대학교수, 가수는 노출이 낮다.
  • ILO: 미디어, 소프트웨어, 금융 관련 직업의 노출이 이전 측정보다 높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결과는 “의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노출 지수는 현재 AI로 할 수 있는 업무가 그 직업에 얼마나 몰려 있는가를 잰 것이다.

③ 직업 대신 “첫 일자리”가 줄어드는 신호

추정이 아니라 관측 데이터로 나온 결과가 하나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의 Brynjolfsson·Chandar·Chen은 미국 최대 급여 처리 업체 ADP의 행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2026년 개정판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 경제 전체에서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의 증거는 없다.
  • 그러나 AI 노출 직업의 22~25세 고용은, 노출이 적은 직업의 같은 연령대와 같은 속도로 늘었을 경우보다 19% 낮다. 경력자에게서는 비슷한 격차가 보이지 않는다.
  • 이 격차는 해고가 늘어서가 아니라 주로 청년 채용이 줄어서 생겼다.
  • 감소는 AI가 업무를 대체하는 직업에 몰려 있다. AI가 업무를 보완하는 직업에서는 고용이 평탄하거나 늘었다.

이 수치는 판이 바뀔 때마다 갱신됐다. 2025년 8월 초판은 13%, 2025년 11월판은 16%였고, 2026년 개정판에서 19%가 됐다. 대표 예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고객 상담원이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인과 추정이 아닌 초기 기술적(descriptive) 지표, 즉 “탄광 속 카나리아”로 해석하라고 명시한다. 또 교육 수준을 통제하면 효과가 약해지고, 일부 추세는 생성형 AI 이전부터 있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여기서 “사라질 직업”이라는 질문 자체가 틀을 바꾼다. 직업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어도, 그 직업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지는 방식으로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3. 그래서 몇 개인가 — 정직한 요약

  1. “직업 이름 N개가 사라진다”는 공신력 있는 목록은 없다. WEF의 감소 직업 순위가 가장 가깝다. 하지만 이것도 고용주 설문에 바탕을 둔 예상이다.
  2. “일자리 몇 %”는 방법에 따라 9~47%(자동화 위험), 25~60%(노출)로 갈린다. 노출 숫자를 상실 숫자로 읽으면 안 된다.
  3. 업무 단위 추정은 9%(Arntz 외 2016) 와 14% 고위험 + 32% 큰 변화(OECD 2019) 다. 한국 숫자로는 한국은행의 약 341만 명(12%)이 “대체 가능성이 큰” 상위 20%다.
  4. 사무·행정직이 가장 먼저 줄어든다는 점은 모든 방법에서 일치한다. 생성형 AI는 여기에 고학력 인지 노동과 청년층 입직이라는 새로운 노출면을 더했다.
  5. 같은 WEF 조사에서 생길 일자리(1억 7,000만)가 사라질 일자리(9,200만)보다 많다. 다만 사라지는 자리와 생기는 자리의 사람·지역·기술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OECD가 저숙련 성인의 직업훈련 참여율이 고숙련보다 40%p 낮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안 풀린 것

  • 중립적 관측 데이터가 부족하다. 위 숫자 대부분은 예측·노출 지수·설문이다. 실제 고용 데이터로 측정한 결과는 스탠퍼드 ADP 연구 정도이고, 이마저 저자 스스로 “인과 추정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 한국의 관측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한국은행의 고용 효과 숫자(노출 10퍼센타일 상승 시 고용 비중 −7%p, 임금 상승률 −2%p)는 AI가 아니라 과거 소프트웨어 도입 효과를 AI에 유추한 값이다.
  • 노출 지수는 측정 시점의 AI 능력에 묶여 있다. 모델 능력이 바뀌면 순위도 바뀐다. ILO가 2023년 지수를 2025년에 다시 정밀화한 것이 그 예다.
  • 연구 사이에 이해관계가 섞인 데이터가 있다. 스탠퍼드 연구의 대체·보완 구분은 Anthropic Economic Index(Claude 사용 로그)를 썼다. AI 벤더의 데이터라는 점은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References

  1. Frey, C. B., & Osborne, M. A. (2013).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Oxford Martin School. PDF / 저널판: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114 (2017) 254–280, doi:10.1016/j.techfore.2016.08.019
  2. OECD (2019). OECD Employment Outlook 2019: The Future of Work. Full report
  3. Arntz, M., Gregory, T., & Zierahn, U. (2016). The Risk of Automation for Jobs in OECD Countries: A Comparative Analysis. OECD Social, Employment and Migration Working Papers No. 189. OECD
  4. Cazzaniga, M. et al. (2024). Gen-AI: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Work. IMF Staff Discussion Note SDN/2024/001. IMF
  5. Gmyrek, P., Berg, J. et al. (2025). Generative AI and Jobs: A Refined Global Index of Occupational Exposure. ILO Working Paper 140. ILO
  6. 한지우·오삼일 (2023). 「AI와 노동시장 변화」. BOK 이슈노트 제2023-30호, 한국은행 조사국. 한국은행 블로그 요약
  7. World Economic Forum (2025).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 WEF
  8. Brynjolfsson, E., Chandar, B., & Chen, R. (2025, rev. 2026).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Stanford DEL · 2025-11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