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새 직업이 ○○만 개 생긴다”는 문장은 자주 돌아다닌다. 출처를 따라가 보면 그 숫자는 대개 AI만의 숫자가 아니거나, 예측이지 집계가 아니다. 이 글은 숫자의 출처와 정의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어떤 종류의 직업이 생기는가”를 1차 자료로 정리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쪽, 특히 개발자 채용 감소는 이전 글 개발자 일자리와 AI — 숫자가 실제로 말하는 것,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것에서 다뤘다. 이 글은 반대편, 생기는 쪽을 본다.

1. “1억 7천만 개”는 AI 숫자가 아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숫자는 세계경제포럼(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다. 원문은 이렇다 (WEF, 2장).

2025→2030 전망 일자리 수 현재 고용 대비
새로 생김 1억 7,000만 14%
사라짐 9,200만 8%
순증 7,800만 7%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두 가지다.

  1. 원인이 AI 하나가 아니다. 보고서는 이 수치를 기술 변화·녹색 전환·경제 불확실성·지경학적 분절·인구 구조 변화라는 다섯 개 거시 추세 전체의 결과로 제시한다.
  2. 집계가 아니라 설문 기반 추정이다. 1,000여 개 기업 경영진의 응답을 ILO 고용 데이터에 곱해 만든 숫자이고, 보고서 스스로 대상이 전 세계 고용의 부분집합(약 11억 8천만 명)이며 “포괄적인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적어 두었다.

그렇다면 AI만 떼어내면 몇 개인가. 같은 장에 답이 있다. “AI 및 정보처리 기술” 추세는 1,100만 개를 만들고 900만 개를 없앤다 — 순증 약 200만 개다. 더 큰 쪽은 “디지털 접근 확대”(생성 1,900만·대체 900만)이고, 로봇·자율시스템은 순감 500만으로 가장 큰 순 대체 요인이다 (WEF, 2.2절).

즉 1차 출처 기준으로 말할 수 있는 문장은 “AI가 1억 7천만 개를 만든다”가 아니라 “AI는 5년간 약 1,100만 개를 만들고 900만 개를 대체할 것으로 기업들이 예상한다”이다.

2. 역사적 기준선 — 지금 일자리의 60%는 1940년에 없었다

예측 말고 실측으로 새 직업의 규모를 잰 연구가 있다. MIT의 David Autor 등은 미국 인구조사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직업명 목록(약 3만 5천 개 범주)과 1920년 이후 미국 특허 전문을 연결해 “새 일(new work)”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추적했다 (Autor, Chin, Salomons & Seegmiller, QJE 139(3), 2024).

  • 2018년 미국 고용의 약 60%는 1940년 이후 생긴 직업 전문분야에 속한다 (MIT News, 2024-04-01; 논문 초록은 “the majority”로 표현).
  • 새 일이 생기는 자리가 바뀌었다. 1940~1980년엔 중간 임금의 생산·사무직에서, 1980년 이후엔 고임금 전문직과 (그다음으로) 저임금 서비스직에서 생겼다.
  • 새 일은 기존 직업의 산출을 보완하는(augmentation) 혁신에서 생기고, 과업을 자동화하는 혁신은 새 일의 출현을 늦춘다.
  • 그리고 경고: 지난 40년간 자동화의 수요 잠식 효과는 강해졌는데 보완 효과는 강해지지 않았다.

Autor는 강연에서 예를 든다. 인구조사국은 1980년에 “원격조종 비행체 조종사”(드론 조종사)를, 2000년에 “AI 전문가”를, 2018년에 “사이버보안 분석가”를 새 직업명으로 처음 등재했다 (UNH Hogan Lecture, 2023). 같은 목록에 소믈리에·드라마 치료사·회의 기획자처럼 기술과 무관하게 소득과 취향, 인구 구조가 만든 직업도 똑같이 많다.

Acemoglu와 Restrepo는 같은 현상을 이론으로 설명한다. 자동화가 기존 과업을 빼앗아도 사람이 비교우위를 갖는 새 과업이 계속 생기면 고용과 노동소득분배율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말(馬)과 사람의 차이가 바로 그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1980~2015년 미국에서 늘어난 일자리 약 5천만 개 중 약 60%가 새 직업명이 생긴 직업군의 추가 성장과 연관된다고 추정했다 (Acemoglu & Restrepo, AER 108(6), 2018).

두 연구의 함의는 같다. 새 직업의 “개수”는 사후에야 셀 수 있다. 1900년 농민에게 “100년 뒤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물었다면 검색엔진 최적화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AI가 만들 직업 목록”을 내놓는 것도 같은 한계를 갖는다.

3. 어떤 종류가 생기나 — 네 갈래로 나눠 보기

1차 자료를 겹쳐 보면 새로 생기거나 커지는 직업은 대략 네 부류로 나뉜다.

① AI를 만들고 굴리는 직업 (직접 생성)

  • WEF: 비율 기준 가장 빨리 크는 직업 상위가 빅데이터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AI·머신러닝 전문가,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자다. 보안관리 전문가, 정보보안 분석가, UI/UX 디자이너도 상위권이다.
  • 한국고용정보원(KEIS): 2025년 7월, 2028년 발간 예정인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6판에 실을 신규 직업을 공개했다. AI 분야에서 AI모델개발자·AI서비스기획자·AI서비스개발자·AI서비스운영관리자 4개가 등재됐다 (고용노동부 게시 보도자료, 2025-07-30; 헤럴드경제). 이번 조사의 전체 신규 직업은 보도 기준 26종이고, 전기차·ITS·UAM 분야(자동차사이버보안전문가, 전기차충전소운영관리자 등)가 섞여 있다. 비교 기준으로, 현행 제5판(2019)엔 16,891개 직업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2025-07-30).
  • 같은 발표에서 KEIS 연구위원은 아직 등재되지 않았지만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개발·품질관리 직업이 나타나고 있으며, 기술 진보로 직업의 생애주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② AI 옆에서 판단·검증·책임을 지는 직업 (보완)

Autor 연구에서 새 일을 만드는 쪽은 보완형 혁신이다. 현장에서는 AI 서비스 기획·운영, 모델 결과 품질관리, 데이터 라벨링·품질관리, AI 윤리 검수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KEIS의 디지털 뉴딜 직업 목록에도 데이터 라벨러, 빅데이터 품질관리자, AI 윤리 검수자가 들어 있다(Lim 2023이 KEIS 자료를 인용해 정리).

③ 기술과 무관하게 커지는 직업 (인구·소득·전환)

절대 숫자로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직업은 AI 직업이 아니다. WEF 2025의 순증 절대량 1위는 농업 종사자(+3,500만)이고, 배달 기사·건설 노동자·판매원·식품가공 종사자가 뒤를 잇는다. 간호사·사회복지·상담·개인돌봄 같은 돌봄 직업과 고등·중등 교사도 상위다 (WEF, 2장).

한국도 같다. KEIS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2026-05-18 발표)은 205개 직업 가운데 182개를 분석해 증가 9개, 다소 증가 47개, 유지 114개, 다소 감소 12개로 전망했다. 증가 요인 1순위는 초고령사회에 따른 의료·돌봄·생활지원 수요이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데이터 기반 직무 확대는 3순위다 (KEIS 보도자료, KDI 경제정보센터 게시).

④ 줄어드는 쪽 — 같은 표의 반대편

새 직업을 말할 때 반대편을 함께 봐야 순증이 의미를 갖는다.

  • WEF: 가장 빨리 줄어드는 직업은 계산원·매표원, 행정 보조·비서, 인쇄 노동자, 회계사·감사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법률 비서가 감소 상위권 바로 밖에 처음 등장했는데, 보고서는 이를 생성형 AI가 지식노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커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2023년판에선 그래픽 디자이너가 완만한 증가 직업이었다.
  • KEIS: 감소 요인 1순위는 AI·자동화에 의한 반복·규칙적 업무의 대체이고, 2순위가 생성형 AI로 인한 창작·디자인 직무의 저부가가치 영역 축소다. 출납창구·증권·은행 사무원, 단순 편집 보조가 예시로 꼽혔다.

4. “몇 개”에 대한 정직한 답

질문 1차 출처가 말할 수 있는 것
전 세계에서 AI 때문에 생기는 일자리 수 2025~2030 약 1,100만 개 생성 / 900만 개 대체. 기업 설문 기반 추정(WEF)
모든 변화 요인을 합친 일자리 수 2025~2030 1억 7,000만 생성 / 9,200만 소멸 / 7,800만 순증. 역시 추정(WEF)
새 직업 종류의 수 세계 공통 집계는 없다. 한국은 직업사전 개정 때마다 신규 직업을 등재한다(2025년 조사분 26종, AI 직군 4종)
역사적으로 새 직업은 얼마나 큰가 미국 2018년 고용의 약 60%가 1940년 이후 생긴 직업(Autor 외, 실측)

근거의 한계를 같이 적는다.

  • WEF 수치는 경영진 설문을 고용 통계에 곱한 기대치다. 독립적인 제3자가 같은 방법으로 재현한 헤드투헤드 추정치는 찾지 못했다.
  • “AI 때문에”를 다른 원인과 분리하는 방식은 응답자의 귀인에 의존한다.
  • Autor 연구는 미국 데이터이고 2018년에 끝나므로, 생성형 AI 이후는 아직 담기지 않았다.
  • 링크드인 “Jobs on the Rise 2026”은 AI 엔지니어를 미국 최고 성장 직업으로 꼽았지만(LinkedIn News, 2026-01-06), 이는 플랫폼 자체 데이터에 근거한 벤더 발표이고 외부 재현이 불가능하다. 방향 참고용으로만 본다.

5. 정리

“AI가 직업을 몇 개 만드나”에 대한 1차 출처의 답은 생각보다 작고 조심스럽다. AI 단독으로 5년간 약 1,100만 개 생성·900만 개 대체이고, 흔히 인용되는 1억 7천만은 모든 거시 추세를 합친 숫자다.

종류에 대한 답은 더 선명하다.

  •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직업(AI모델개발자, AI서비스운영관리자, ML 전문가)은 비율로 가장 빨리 크지만 절대량은 작다.
  • 절대량으로 크는 것은 돌봄·농업·물류·건설·교육이다.
  • 줄어드는 것은 규칙적 사무와 저부가가치 창작이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하나다. 새 직업의 대부분은 미리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리고 Autor가 짚었듯 최근 40년은 보완보다 자동화가 앞선 시기였다. 새 직업이 저절로 충분히 생긴다고 가정할 근거는 약하다. 어느 쪽 혁신에 투자하고 어떤 재교육을 하느냐가 순증의 크기를 정한다 — WEF 보고서도 같은 결론으로 장을 맺는다.

이 글은 Anthropic의 AI(Claude)가 1차 출처를 조사·검증해 작성했다. AI 개발사가 쓴 “AI와 일자리” 글이라는 이해관계를 밝혀 둔다.

References

  1. World Economic Forum (2025).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 Chapter 2 “Jobs outlook”. 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the-future-of-jobs-report-2025/in-full/2-jobs-outlook/ · PDF: https://reports.weforum.org/docs/WEF_Future_of_Jobs_Report_2025.pdf
  2. Autor, D., Chin, C., Salomons, A., & Seegmiller, B. (2024). New Frontiers: The Origins and Content of New Work, 1940–2018.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9(3), 1399–1465. https://doi.org/10.1093/qje/qjae008 (NBER WP 30389: https://www.nber.org/papers/w30389)
  3. MIT News (2024-04-01). Does technology help or hurt employment? https://news.mit.edu/2024/does-technology-help-or-hurt-employment-0401
  4. Autor, D. (2023). The Work of the Future: Where Will It Come From? UNH Hogan Distinguished Lecture. https://www.youtube.com/watch?v=4Ht6rGsskIM
  5. Acemoglu, D., & Restrepo, P. (2018). The Race between Man and Machine: Implications of Technology for Growth, Factor Shares, and Employment. American Economic Review, 108(6), 1488–1542. https://www.aeaweb.org/articles?id=10.1257/aer.20160696
  6. 한국고용정보원 (2025-07-30). 한국직업사전 신규직업 등재 발표 (고용노동부 게시).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8120
  7. 연합뉴스 (2025-07-30). 자동차사이버보안전문가 등 AI·전기차 신규직업 직업사전 등재. https://www.yna.co.kr/view/AKR20250730106400530
  8. 헤럴드경제 (2025-07-30). AI·전기차·ITS…미래산업 직업 26종 ‘직업사전’에 새로 올랐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542310
  9. 한국고용정보원 (2026-05-18).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 발간 보도자료. https://eiec.kdi.re.kr/policy/callDownload.do?dtime=20260518181525&filenum=1&num=281217
  10. Lim, S. (2023).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orean Economic Growth (KEIS 디지털 뉴딜 직업 목록 인용).
  11. LinkedIn News (2026-01-06). These are America’s 25 fastest-growing jobs. https://www.linkedin.com/news/story/these-are-americas-25-fastest-growing-jobs-6851116/ — 벤더 자체 데이터, 재현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