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DNet 코리아가 2026년 9월 10일에 「개발자·상담원, 4년 후 AI에 일자리 줄 가능성 커…영향 덜 받을 직업은?」 을 실었다. 앤트로픽이 하루 전 공개한 경제 시나리오 모델을 정리한 기사다.

제목만 보면 결론이 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원문을 열어 보면 첫 장에 이렇게 적혀 있다.

the scenarios are not predictions, and we attach no probabilities to them

예측이 아니고, 확률도 매기지 않는다. 그러면 이 숫자들은 뭘 하는 물건인가. 그리고 개발자인 나는 이걸로 뭘 해야 하나. 이 글은 그 질문을 원문·1차 통계로 되짚은 것이다.

1. 원문이 실제로 말한 것

출처는 앤트로픽 인스티튜트 워킹페이퍼 No. 2026-02,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 (Korinek, Jones, Sacher, Cotter, McCrory, 2026년 9월). 함께 공개된 인터랙티브 탐색기도 있다.

모델의 뼈대는 과업 기반(task-based) 이다. 미국 노동부 O*NET 분류로 모든 직업을 과업 묶음으로 쪼갠 뒤, 각 과업에 대해 AI 가 네 가지 중 하나를 한다고 본다 — 건드리지 않거나, 사람을 증강하거나, 통째로 자동화하거나, 새 과업을 만들거나. “이 직업이 사라지나”를 묻지 않고 과업 단위로 계산한 뒤 그걸 다시 직업으로 쌓아 올린다. 여기서 지식노동(cognitive) 직군은 관리·전문·판매·사무직으로, 미국 고용의 62.4% 를 차지한다.

세 시나리오의 2030년 결과다. 모두 AI 가 없었을 경우 대비 값이다.

  modest substantial extreme
GDP +1.6% ($34.1T) +8.3% ($36.3T) +32.4% ($44.4T)
연간 성장률 15%/년 (약 4.5년마다 2배)
지식노동 고용 거의 변화 없음 −3.9% 대폭 감소
지식노동 임금 거의 평탄 무 AI 대비 −11.5%
그 외 직종 임금 +5.9% +34%
노동소득 분배율 거의 변화 없음 56.1% 60% → 45%
실업 +0.1%p 지식노동자 5명 중 1명 가까이

숫자의 방향을 가르는 건 AI 가 얼마나 똑똑해지는가가 아니다. 그 능력이 증강으로 쓰이는가 대체로 쓰이는가, 그리고 자동화된 만큼 사람 몫의 새 과업이 생기는가다.

논문에서 개발자가 특히 눈여겨볼 다이얼이 두 개 있다.

임금 경직성. 같은 extreme 시나리오에서 임금이 자유롭게 조정되면 지식노동 보수가 42.2% 떨어지되 실업률은 2.6% 에 그치고, 임금이 경직적이면 보수는 오히려 2.8% 오르되 실업률이 24% 로 뛴다 (Table 6, p.38). 충격의 크기가 아니라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 월급이 깎이느냐, 자리가 없어지느냐.

혁신 가속은 거의 없었다. extreme 시나리오에서도 지식 스톡 증가는 무 AI 대비 +0.61% 에 그친다. “AI 가 연구를 가속해 성장이 폭발한다”는 흔한 서사가 이 모델 안에서는 재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2. 기사가 흘린 것

ZDNet 본문은 조건을 제대로 달았다. “AI가 지식노동 대부분을 사람보다 잘하게 되면” 임금이 10% 넘게 낮아진다고 썼고, 실업률 약 5%는 설문 기반 추정치라고 구분해 적었다. 정확하다.

납작해지는 건 제목이다. 「4년 후 일자리 줄 가능성 커」 는 원문이 명시적으로 거부한 종류의 문장이다. 확률을 매기지 않는다고 한 모델에서 “가능성 크다”는 판단은 나올 수 없다. 이건 ZDNet 만의 문제가 아니라 워킹페이퍼와 헤드라인 사이에서 늘 생기는 손실이고, 이 논문은 유독 그 손실이 크게 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 세 시나리오의 폭이 기존에 발표된 거의 모든 외부 전망을 포함하도록 일부러 넓게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무자가 이 보도를 읽는 올바른 방법은 “그래서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느 시나리오 안에 서 있나” 를 자기 데이터로 재는 것이다.

3. 지금 실제로 측정되는 것 — 미국

시나리오는 미래고, 측정은 과거다. 둘을 섞으면 안 된다.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랩의 Canaries in the Coal Mine? (Brynjolfsson·Chandar·Chen, 2026년 8월 12일 개정판) 은 ADP 급여 행정자료로 2026년 6월까지를 본다. 여섯 가지 사실 중 개발자에게 직접 걸리는 넷.

  1.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 증거는 없다.
  2. 그러나 22~25세 AI 고노출 직종 고용은 저노출 동년배 대비 19% 낮은 수준이다. 경력자에게는 같은 격차가 없다.
  3. 경로는 해고가 아니라 신규채용 감소다.
  4. 감소는 AI 가 대체로 쓰이는 직종에 몰려 있다. 보완으로 쓰이는 곳은 평탄하거나 오히려 늘었다.

저자들은 이걸 인과 추정이 아니라 “탄광의 카나리아”, 즉 초기 서술적 지표라고 못박는다.

반대편에는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직업전망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QA 분석가·테스터는 2024년 189만 5,500명이고, 2024–2034년 15% 성장(전체 평균보다 훨씬 빠름), 연평균 12만 9,200개의 일자리 개구부가 전망돼 있다. 개발자 중위임금은 2024년 5월 기준 13만 3,080달러다.

+15% 전망과 −19% 청년 격차가 같은 나라에서 동시에 관측된다. 둘 다 사실이다. 모순이 아니라 층이 다른 얘기다. 총량은 늘어나는데 입구가 좁아진다.

4. 한국 — 두 기관의 결론이 갈린다

한국 데이터가 흥미로운 건 권위 있는 두 기관이 같은 현상을 놓고 다른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만 인용하면 틀린 글이 된다.

한국은행 은 BOK 이슈노트 제2026-19호 「청년고용 위축, AI탓인가?」 (2026년 8월 18일)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로 이렇게 본다.

  • 지난 4년간 청년층 일자리 28.5만 개 감소, 그중 26.8만 개(기여율 94%)가 AI 고노출 업종
  • 업종별 청년고용: 정보서비스업 −31.4%, 출판업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16.6%, 전문서비스업 −11.6%
  • 같은 업종에서 50대 고용은 증가 — 앞선 제2025-30호가 이름 붙인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
  • 자동화 활용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감소 폭이 컸고,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그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 평균 실업률 7.0%, 전문대졸 이하 5.4%

한은 스스로도 단서를 단다.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 정상화,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교육 약화가 함께 작용했을 수 있으므로 “AI 만의 직접 효과라기보다 기존의 채용·업무방식 변화를 AI 가 가속한 결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고용정보원『고용이슈』 2026년 여름호 (2026년 8월 31일 공개)에서 반대쪽에 무게를 싣는다.

  • 고용보험 취득자는 2023년 이후 AI 노출 수준과 관계없이 전 직종에서 감소했고, 요인 분해 결과 청년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이 결정적이었다
  • 사업체 조사에서 AI 도입률은 28.6% 로 아직 초기 단계이고, 도입한 곳의 75.6%가 생성형 AI 를 쓰되 목적은 인원 감축이 아니라 반복업무 경감·직무 재구성 이라고 답했다
  • 고용보험 가입자 1,527.5만 명 중 291.6만 명(19.1%)이 AI 고노출군, 30대 가입자의 53.1% 가 중·고노출 직종
  • AI 노출도 1위 직업은 개발자가 아니라 변호사였다 (2위 법률사무원, 3~5위 변리사·생명과학시험원·회계사)

두 기관이 붙는 지점은 귀인(attribution) 이다. 청년 고용이 줄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둘 다 본다. 그게 AI 때문인지, 인구 때문인지가 갈린다. 2026년 9월 현재 한국 데이터만으로는 이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 어느 쪽도 아직 상대를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둘이 합의하는 것 이 하나 있고, 그게 실무적으로 제일 중요하다. 양쪽 모두 주니어의 숙련 사다리가 끊기는 것 을 핵심 위험으로 지목한다. 고용정보원은 “단순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주니어 인력이 기초 업무를 통해 성장하는 숙련 사다리가 무너질 위험”을, 한은은 “취업 이후 경험과 숙련을 축적하는 과정이 약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적었다. 스탠퍼드의 22~25세 19% 격차와 같은 곳을 가리킨다.

5. 그래서 개발자에게 무엇이 남나

숫자를 다 늘어놨으니 정리한다. 네 가지가 반복해서 나온다.

① 총량이 아니라 입구가 문제다. BLS 는 개발 직군 10년 +15% 를 전망하고, 스탠퍼드는 22~25세에서만 19% 격차를 본다. 한은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청년고용 −16.6% 와 같은 업종 50대 증가를 나란히 본다. 세 자료가 같은 모양이다. 직군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신입 자리가 줄어든다. 이미 안에 있는 사람과 아직 못 들어온 사람이 전혀 다른 시장을 보고 있다.

② 변수는 AI 의 능력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앤트로픽 모델에서 시나리오를 가르는 건 자동화 비중이고, 스탠퍼드는 대체형 사용 직종에서만 고용이 빠지는 걸 관측했고, 한은은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감소 패턴이 사라지는 걸 확인했다. 모델·실측·국내 통계가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한 유일한 항목이다. 이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③ 조정은 임금이 아니라 고용으로 온다. 스탠퍼드의 여섯 번째 사실이 “조정이 기본급이 아니라 고용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이고, 한은 2025-30호도 임금 영향은 뚜렷하지 않은 반면 고용 조정이 먼저 왔다고 적는다. 실무적으로는 이런 뜻이다 —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는 신호가 안 잡힌다. 채용 공고 수, 신입 티오, 면접 단계 수에서 먼저 잡힌다.

④ 지식노동과 비지식노동의 위치가 뒤집힌다. extreme 시나리오에서 지식노동 임금은 −11.5% 인데 그 외 직종은 +34% 다. ZDNet 이 “영향 덜 받을 직업”으로 꼽은 전기기사·간호사가 여기 해당한다. 손으로 해야 하는 과업이 남아 있는 직종은 자동화되지 않으면서, 커진 경제가 만든 수요는 그대로 받는다. 지난 수십 년간의 진로 조언이 가리키던 방향과 정반대다.

여기서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④는 모델이고, ①~③은 측정이다. 같은 무게로 인용하면 안 된다.

6. 한계 — 정직하게

  • 앤트로픽 논문은 이해당사자의 자사 연구다. AI 를 파는 회사의 연구기관이 AI 의 경제 효과를 모델링한 것이라는 점은 인용할 때 같이 밝혀야 한다. 시나리오 폭이 기존에 발표된 외부 전망을 대부분 포함하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 넓은 구간은 틀리기 어렵다.
  • 모델이 빼놓은 것: 정책 대응, 경기 변동, 총수요, 금융시장 충격, 파국적 리스크, 물리 노동을 대체할 고성능 로봇,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투자의 수요 효과. 논문이 스스로 v1.0 이자 단순화라고 밝힌다. 외부 검토에 참여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결론이 갈렸다.
  • 스탠퍼드 논문은 워킹페이퍼이며 인과 추정이 아니다. 저자들이 직접 “서술적 지표”라고 규정한다. 교육 수준을 통제하면 패턴이 약해지고, 일부는 생성형 AI 이전부터 있던 추세다.
  • 한국 두 기관의 결론이 아직 갈려 있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을 채택하지 않았다. 채택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중립 제3자의 헤드투헤드 검증은 없다. 앤트로픽 모델을 독립 기관이 같은 데이터로 재현한 결과는 2026년 9월 11일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은 다른 시장이다. BLS·ADP 숫자를 한국 채용시장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

남는 질문

이 자료들을 다 읽고 나면 “개발자 일자리가 없어지나”라는 질문이 잘못된 질문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답이 나올 수 없는 형태라서다.

측정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 우리 팀에서 AI 는 증강으로 쓰이나 대체로 쓰이나. (한은·스탠퍼드·앤트로픽이 공통으로 지목한 유일한 변수다)
  • 올해 신입 티오는 작년 대비 몇 개인가. 해고가 아니라 이 숫자에서 먼저 보인다.
  • 주니어가 기초 업무를 AI 에게 넘긴 뒤, 무엇을 통해 숙련을 쌓고 있나. 대체할 계단을 놓지 않았다면 사다리는 이미 끊긴 것이다.

세 개 다 남의 통계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자기 조직에서 셀 수 있는 숫자다. 2030년 시나리오보다 이쪽이 훨씬 유용하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