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인재상 — 고용주 설문과 현장 실험이 같이 가리키는 것
“AI 시대의 인재상”을 다루는 글은 대개 형용사 목록으로 끝난다. 창의적이고, 소통을 잘하고, 평생 학습하는 사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검증할 수도 없다.
이 글은 두 종류의 1차 자료를 겹쳐 본다.
- 고용주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 대규모 기업 설문
- AI를 실제로 쥐여줬을 때 사람의 성과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무작위 실험과 현장 데이터
두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지점만 “인재상”으로 남긴다.
같은 날 쓴 두 글과 짝을 이룬다. 생기는 직업은 AI가 만들 직업은 몇 개, 어떤 종류인가, 사라지는 직업은 AI로 사라질 직업의 개수와 종류에서 다뤘다.
1. 고용주가 말하는 것 — WEF 2025 스킬 전망
세계경제포럼 『Future of Jobs Report 2025』 3장은 1,000여 개 기업에 “지금 핵심인 스킬”과 “2030년까지 중요해질 스킬”을 물었다 (WEF, 3장).
지금의 핵심 스킬
- 분석적 사고가 세 번 연속 1위다. 기업 10곳 중 7곳이 필수로 꼽았다.
- 그다음은 회복력·유연성·민첩성, 리더십·사회적 영향력, 창의적 사고, 동기·자기 인식 순이다.
2023년판 대비 가장 크게 오른 스킬
| 스킬 | 상승 폭 |
|---|---|
| 리더십·사회적 영향력 | +22%p |
| 회복력·유연성·민첩성 | +17%p |
| AI·빅데이터 | +17%p |
2030년까지 가장 빨리 중요해질 스킬
- AI·빅데이터, 네트워크·사이버보안, 기술 리터러시가 1~3위다.
- 창의적 사고, 회복력, 호기심·평생학습이 그 뒤를 잇는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쪽
- 신뢰성·꼼꼼함, 품질관리는 2023년보다 덜 중요해졌다.
- 읽기·쓰기·수학은 소폭 순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 손재주·지구력·정밀성은 이번에 처음으로 순감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고용주들은 근로자 핵심 스킬의 39%가 2030년까지 바뀐다고 본다. 2023년 조사의 44%보다는 낮은데, 보고서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교육을 이수한 인력 비중 41%→50%)을 한 원인으로 든다.
⚠️ 이건 기업이 그렇게 응답했다는 기록이다. 실제로 그 스킬이 성과를 가르는지는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2. 실험이 보여주는 것 ① — AI는 초보를 끌어올리고 고수는 거의 못 돕는다
Brynjolfsson·Li·Raymond는 한 기업의 고객지원 상담원 5,172명에게 생성형 AI 보조 도구가 순차적으로 도입된 과정을 추적했다 (QJE 140(2), 2025).
- 시간당 해결 건수는 평균 15% 올랐다. 2023년 NBER 워킹페이퍼에선 14%였다.
- 하위 숙련 상담원은 약 30~34% 올랐다. 학술지판 본문은 30%, 워킹페이퍼는 34%다.
- 최상위 숙련 상담원은 생산성 변화가 거의 없었고, 대화 품질은 오히려 약간 떨어졌다.
- AI를 쓴 입사 2개월 차가 AI 없는 6개월 차 이상만큼 성과를 냈다.
저자들의 해석은 이렇다. AI가 최고 숙련자의 행동 패턴을 포착해 나머지에게 퍼뜨린다. 이 결과가 인재상에 주는 의미는 무겁다. 예전에 몇 년의 경력으로 쌓던 “평균 이상의 처리 능력”은 AI가 상당 부분 평준화한다. 남는 차이는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드문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다. 논문도 AI의 이득이 가장 큰 곳이 “적당히 드문 문제”라고 적었다.
3. 실험이 보여주는 것 ② — “들쭉날쭉한 경계”를 아는 사람
하버드경영대학원과 BCG는 사전등록 실험에서 BCG 컨설턴트 758명을 무작위로 나눴다. GPT-4 없음 / GPT-4 / GPT-4와 프롬프트 사용 교육 (Dell’Acqua 외, Organization Science 37(2), 2026).
- AI 능력 경계 안쪽의 과제 18종: AI를 쓴 쪽이 과제를 12.2% 더 많이, 25.1% 더 빨리 끝냈고 품질도 유의하게 높았다.
- 경계 바깥에 일부러 둔 과제 1종 (인터뷰와 재무 데이터를 엮어야 하는 경영 판단): 정답률이 통제군 84.5% 대 AI군 60~70.6%로, AI를 쓴 쪽이 평균 19%p 덜 맞혔다.
- 프롬프트 교육까지 받은 집단이 바깥 과제에서 더 크게 틀렸다. 도구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는 경계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AI의 능력이 같은 업무 흐름 안에서도, 겉보기 난이도가 비슷한 과제 사이에서도 고르지 않다고 보고 이를 “들쭉날쭉한 기술 경계(jagged frontier)”라고 불렀다. 어느 과제가 경계 안쪽인지 판별하는 능력은 어떤 설문의 스킬 목록에도 이름으로 나오지 않지만, 이 실험에서는 정답률 19%p를 갈랐다.
4. 실험이 보여주는 것 ③ — AI를 믿을수록 덜 생각한다
카네기멜런대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는 지식노동자 319명이 실제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쓴 사례 936건을 분석했다 (Lee 외, CHI 2025).
- AI가 그 일을 잘할 거라는 확신이 클수록 비판적 사고를 덜 했다 (β=-0.69).
- 반대로 자기가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AI 답을 평가할 수 있다는 확신이 클수록 비판적 사고를 더 했다.
- 비판적 사고의 내용도 달라졌다. 직접 만들어내던 일에서 정보 검증, 답의 통합, 과업 책임(stewardship)으로 옮겨갔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 없이도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기본기는 AI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덜 중요해지는 게 아니라, AI 출력을 의심할 근거가 되기 때문에 여전히 필요하다. (단 이 연구는 자기보고 설문이고 상관관계다.)
5. 한국의 출발점 — 적응적 문제해결이 약하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23에서 한국 성인(16~65세)은 세 영역 모두 OECD 평균보다 낮았다 (OECD 국가노트: Korea).
| 영역 | 한국 | OECD 평균 |
|---|---|---|
| 언어 능력 | 249 | 260 |
| 수리 능력 | 253 | 263 |
| 적응적 문제해결 | 238 | 251 |
“적응적 문제해결”은 해법이 바로 보이지 않는 변화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자원을 고르고, 진행을 점검하며 전략을 바꾸는 능력이다. 3절의 “경계 판별”과 거의 같은 능력이다.
- 한국 성인의 37%가 1수준 이하다 (OECD 29%).
- 최고 수준인 4수준은 1%다 (OECD 5%).
- 16~24세는 언어 능력이 OECD 평균보다 높지만(276점) 적응적 문제해결은 평균보다 낮다(257점).
- 55~65세는 25~34세보다 언어 능력이 55점 낮다 (OECD 평균 격차 30점).
- 같은 세대를 11년 간격으로 추적하면 언어 능력이 1989~96년생은 19점, 2011~12년 당시 44~54세였던 세대는 42점 떨어졌다.
PIAAC는 AI 활용 능력을 재는 조사가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어떤 인재가 희소한가”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측정치이고, 희소한 쪽은 정답이 주어지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다.
6. 종합 — 증거가 겹치는 다섯 가지
아래는 위 자료들을 겹친 필자의 종합이다. 각 항목에 근거를 붙였다.
- 경계를 아는 사람. 이 과제를 AI에 맡겨도 되는지, 어디서부터 직접 봐야 하는지 판별한다. — 들쭉날쭉한 경계 실험(19%p), PIAAC 적응적 문제해결
- 검증하고 통합하고 책임지는 사람. 만드는 일의 상당 부분은 AI로 넘어가고, 사람의 일은 확인·조립·최종 책임으로 옮겨간다. — Lee 외 CHI 2025, WEF 분석적 사고 1위
- AI 없이도 할 줄 아는 사람. 자기 역량에 대한 확신이 비판적 사고를 지킨다. 기본기는 AI 출력을 의심할 근거다. — Lee 외, Brynjolfsson 외(고숙련자의 차이는 드문 문제에서 남는다)
- 빨리 다시 배우는 사람. 핵심 스킬의 39%가 5년 안에 바뀐다는 전망 아래서는, 지금 가진 스킬보다 갈아타는 속도가 중요하다. — WEF 호기심·평생학습 상승, PIAAC 같은 세대 11년 새 언어 능력 하락
-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 기계가 처리하는 몫이 늘수록 조율·설득·인재 관리의 비중이 커진다. — WEF 리더십·사회적 영향력 +22%p (2023 대비 최대 상승)
반대로 증거가 약하게 받치는 것도 적어 둔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그 자체로는 인재상이 되기 어렵다. 3절 실험에서 프롬프트 교육을 받은 집단이 경계 바깥 과제에서 오히려 더 크게 틀렸다.
7. 근거의 한계
- WEF는 경영진 설문이다. 응답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성과와의 인과가 아니다.
- Brynjolfsson 외는 한 기업의 고객지원 업무다. 다른 직무로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 Dell’Acqua 외는 2023년 GPT-4 시점 실험이다. 모델이 좋아지면 경계의 위치는 바뀐다. 다만 경계가 들쭉날쭉하다는 구조에 대한 반대 증거는 찾지 못했다.
- Lee 외는 자기보고 기반 상관관계이고, 실제 사고량을 측정한 것은 아니다.
- PIAAC는 AI 활용 역량을 직접 재지 않는다.
- 이 다섯 가지 종합을 하나의 연구로 검증한 중립적 자료는 없다. 서로 다른 방법론의 결과를 필자가 연결한 것이다.
이 글은 Anthropic의 AI(Claude)가 1차 출처를 조사·검증해 작성했다. AI 개발사가 쓴 “AI 시대 인재” 글이라는 이해관계를 밝혀 둔다.
References
- World Economic Forum (2025).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 Chapter 3 “Skills outlook”. 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the-future-of-jobs-report-2025/in-full/3-skills-outlook/
-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2025). Generative AI at Work.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40(2), 889–942. https://doi.org/10.1093/qje/qjae044 (NBER WP 31161: https://www.nber.org/papers/w31161)
- Dell’Acqua, F., McFowland III, E., Mollick, E., Lifshitz, H., Kellogg, K. C., Rajendran, S., Krayer, L., Candelon, F., & Lakhani, K. R. (2026).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Organization Science, 37(2), 403–423. https://www.hbs.edu/faculty/Pages/item.aspx?num=68729
- Lee, H.-P., Sarkar, A., Tankelevitch, L., Drosos, I., Rintel, S., Banks, R., & Wilson, N. (2025).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 Self-Reported Reductions in Cognitive Effort and Confidence Effects From a Survey of Knowledge Workers. CHI ‘25, Article 1121. https://doi.org/10.1145/3706598.3713778
- OECD (2024). Survey of Adult Skills 2023: Country Notes — Korea.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survey-of-adults-skills-2023-country-notes_ab4f6b8c-en/korea-republic-of_5f95963c-en.html
- OECD (2024). Do Adults Have the Skills They Need to Thrive in a Changing World? Chapter 2.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do-adults-have-the-skills-they-need-to-thrive-in-a-changing-world_b263dc5d-en/full-report/literacy-numeracy-and-adaptive-problem-solving-among-adults-in-2023_10f6782f.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