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백신은 운영체제 깊숙이 들어가 모든 프로세스와 파일을 들여다본다. 폰에 까는 백신 앱(국내에선 이스트시큐리티 알약M, 안랩 V3 Mobile 이 대표적이다)도 이름이 같으니 같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모바일 백신은 운영체제가 모든 앱에 채우는 격리 안에서 똑같이 돌아가는 평범한 앱 하나다. 이 글은 그 구조 때문에 생기는 한계를 공식 문서와 공공 자료로 정리한다.

범위: 이 글은 모바일 백신 앱이라는 제품군의 구조적 한계를 다룬다. 알약M 을 예로 들지만, 여기서 말하는 한계 대부분은 V3 Mobile 등 다른 제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안랩 제품군의 PC·기업 쪽 한계는 안랩 보안의 한계에서, 폰 설정 체크리스트는 핸드폰 보안, 안드로이드와 iOS 따로 챙기기에서 다뤘다.

1. 구조 — 백신도 샌드박스 안에 갇혀 있다

안드로이드. AOSP 공식 문서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앱마다 고유한 UID 를 주고 커널 수준 샌드박스로 격리한다. 기본적으로 앱끼리는 서로 간섭할 수 없고, 앱 A 는 앱 B 의 데이터를 읽을 수 없다. 안드로이드 9 부터는 앱별 SELinux 샌드박스(MAC)가 한 겹 더 씌워진다. 이 규칙에는 백신 앱도 예외가 아니다.

iOS. Apple Platform Security는 모든 서드파티 앱이 샌드박스에 갇혀 있어 다른 앱이 저장한 정보를 모으거나 바꿀 수 없다고 명시한다. 다른 앱을 수정하도록 권한을 올려 주는 API 도 없다. 그래서 iOS 의 “보안 앱”은 다른 앱을 검사한다는 의미의 백신이 될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URL·문자 필터링, 와이파이 점검 같은 주변 기능뿐이다.

이게 핵심이다. PC 백신은 “시스템 위에서 감시하는 존재”지만 모바일 백신은 감시 대상과 같은 층에 있는 이웃이다.

2. 그럼 알약M 은 무엇으로 보나

샌드박스 밖을 못 보는 앱이 쓸 수 있는 창은 운영체제가 명시적으로 열어 준 것뿐이다.

무엇이 보이나 근거
설치된 앱 목록 (QUERY_ALL_PACKAGES) 어떤 패키지가 깔려 있는지, APK 파일 구글은 이 권한을 “개인적이고 민감한 정보”로 보고 기기 검색·백신·파일 관리자·브라우저 등에만 허용한다 (Play Console 도움말, Android Developers)
알림 접근 권한 다른 앱이 띄운 알림의 내용 알약 공식 블로그: 스미싱 탐지는 모든 앱의 알림을 읽는 방식이라 알림 접근 권한이 없으면 동작하지 않는다 (알약 블로그, 2019)
공유 저장소 파일 사용자가 받은 파일 저장소 권한 범위 안에서만

즉 알약M 의 검사는 “설치된 앱이 무엇인가(시그니처·평판)”“들어온 알림·링크가 무엇인가” 에 대한 판단이다. 실행 중인 다른 앱의 메모리, 그 앱의 내부 데이터, 그 앱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제조사가 내세우는 기능은 가족 보호, 바이러스 검사, 스미싱 탐지, 와이파이 보안, 앱 잠금, 정리 기능 등이다 (이스트시큐리티 알약M 제품 페이지). 같은 페이지의 “모바일 보안앱 이용자 수 국내 1위”, “국내 최대 스미싱 탐지 DB” 같은 문구는 벤더 주장이며, 이 글에선 검증하지 않았다.

3. 할 수 없는 것들

3-1. 이미 설치된 악성앱이 “무엇을 하는지” 못 본다

백신이 탐지하는 건 주로 설치 시점의 파일이다. 설치 후 원격 서버에서 새 기능을 받아 오거나 동작을 바꾸는 앱은 파일만으로 판별하기 어렵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탐지 회피를 위해 기능을 쪼갠 악성앱 여러 개를 한 번에 뿌리고, 짧게는 하루 단위로 업데이트하며, 돈을 뺏은 뒤엔 악성앱 통신을 스스로 끊는다고 밝혔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보도자료, 2025-04-28). 시그니처 기반 검사는 하루짜리 변종과 늘 경주를 한다.

3-2. 악성앱은 백신부터 노린다

같은 층에 있으니 공격자도 백신 앱을 방해할 수 있다. 알약M 이 과거 업데이트에서 “알약 실행을 방해하는 악성앱”에 대응하는 기능을 넣은 것 자체가 그런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는 뜻이다. 접근성 권한을 얻은 악성앱은 화면을 읽고 사용자 대신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구글도 접근성 설정을 켜 주면 앱이 “화면의 내용을 읽고 사용자 대신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ndroid 도움말 — 제한된 설정). 이 정도 권한을 가진 악성앱 앞에서 같은 층의 백신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3-3. 사람을 속이는 공격은 파일이 아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보이스피싱은 5,878건, 피해액 3,11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 120% 늘었다. 기관 사칭형이 51% 였다 (정책브리핑, 2025-04-28). 수법의 시작은 전화로 피해자를 설득해 악성앱을 직접 깔게 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자는 경고를 무시하도록 이미 설득당한 상태다. 백신이 “위험한 앱입니다”라고 띄워도 전화 너머의 “검찰 수사관”이 “그건 무시하고 설치하세요”라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다.

앱 설치가 전혀 없는 공격도 있다. 가짜 사이트에 사용자가 직접 계좌 정보를 입력하거나, 전화로 불러 주는 대로 이체하는 경우엔 백신이 개입할 지점이 아예 없다.

3-4. 권한을 줄수록 백신 자신이 위험해진다

스미싱을 잡으려면 모든 앱의 알림을 읽어야 하고, 앱을 검사하려면 설치된 앱 목록 전체를 봐야 한다. 구글은 둘 다 민감 권한으로 분류한다. 보안 앱은 폰에서 가장 많이 보는 앱 중 하나가 되고, 그만큼 그 앱과 그 회사의 서버를 믿어야 한다. 탐지기 자체가 공격면이 된다는 점은 안랩 글에서 PC 쪽 사례로 다뤘는데, 모바일에서도 같은 원리다.

3-5. iOS 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못 한다

1장에서 봤듯이 iOS 샌드박스는 다른 앱 검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폰에서 “백신”이라는 이름의 앱이 할 수 있는 건 문자·웹 필터링 수준이다. iOS 의 방어는 앱 검사가 아니라 앱스토어 심사와 샌드박스 자체에 달려 있다.

4. 얼마나 잘 잡나 — 중립 데이터가 없다

모바일 백신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독립 시험은 AV-TEST 안드로이드 시험이다. 2026년 격월 시험(1·3·5·7월)에는 안랩 V3 Mobile Security 와 구글 Play Protect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알약M 은 2026년 AV-TEST 안드로이드 시험 대상 목록에 없다. 따라서 알약M 의 모바일 탐지율을 중립 기관 수치로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참고로 Virus Bulletin 의 VB100 시험(2026-07-23)에는 알약이 나오지만, 이건 Windows 판(ALYac 5.1.25) 결과다. 모바일 알약M 에 적용할 수 없으므로 이 글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

이건 알약M 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지 나쁜지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국내 1위”는 설치 수에 대한 주장이지 탐지율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5. 그래서 실제로 막아 주는 건 누구인가

샌드박스 안의 앱보다 샌드박스를 만드는 쪽, 즉 운영체제와 스토어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다.

  • Play Protect 는 구글 플레이 서비스 수준에서 동작하며 기기 전체의 앱을 검사한다 (Google 도움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구글이 MOU 를 맺고, 악성앱이 자동으로 설치되지 않게 막는 보안 프로그램을 국내 안드로이드폰 3,500만 대에 적용했다(2025-11-18)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5-12-30).
  • 제한된 설정. 안드로이드 13 부터는 스토어 밖에서 설치한 앱이 접근성 같은 민감한 설정을 바로 켤 수 없다. 사용자가 앱 정보에서 “제한된 설정 허용”을 직접 눌러야 한다 (Android 도움말). 누군가 전화로 이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그게 곧 사기다.
  • 통신망 차단. 정부는 문자사업자, 이동통신망, 단말기로 이어지는 3중 차단 체계를 운영하고, 범죄에 쓰인 번호를 신고 후 10분 안에 차단한다 (정책브리핑, 2025-08-28).

모바일 백신은 이 층들 위에 얹는 한 겹이다. 스미싱 링크 경고, 알 수 없는 APK 평판 조회 같은 역할에서는 쓸모가 있다. 하지만 “백신을 깔았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이 가장 큰 구멍이다.

6. 정리

기대 현실
폰 전체를 감시한다 다른 앱과 같은 샌드박스 안에 있고, 설치 목록·파일·알림만 본다
설치된 악성앱의 행동을 막는다 설치 시점 판별이 중심이며, 하루 단위 변종·통신 차단형엔 취약하다
보이스피싱을 막는다 사람을 설득하는 공격엔 개입 지점이 없다
아이폰도 지켜 준다 iOS 에선 구조상 다른 앱을 검사할 수 없다
국내 1위라 잘 잡는다 설치 수 주장(벤더)이다. 모바일 중립 시험 결과는 찾지 못했다

실무 조언은 세 줄이다.

  1. Play Protect 를 끄지 않는다.
  2. 스토어 밖 설치, “제한된 설정 허용”, 접근성 권한을 요구받으면 멈춘다.
  3. 전화로 앱 설치나 설정 변경을 시키면 끊고 112 에 확인한다.

백신은 그 다음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