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두 개를 자주 쓴다.

  1. “이걸 더 완벽하게 하려면 나한테 뭐가 더 필요한지 물어봐.”
  2. “이 주제를 권위자 3인의 관점에서 토론해봐.”

둘 다 체감상 잘 먹힌다. 그런데 먹히는지는 서로 완전히 다르고, 그 차이를 모르면 한쪽은 계속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은 이득처럼 보이는 것만 본다. 논문과 공식 문서로 갈라 보면 이렇게 갈린다.

  • (1)은 모델 바깥에 있는 정보를 안으로 들여오는 장치다. 이득의 출처가 분명하다.
  • (2)는 모델 바깥에서 아무것도 안 들여온다. 같은 분포에서 표본을 더 뽑아 섞는 것에 가깝다.

1. “내게 물어봐” — 이득의 출처가 외부에 있다

모델은 기본적으로 안 묻는다

Kuhn·Gal·Farquhar 의 CLAM 논문이 그대로 짚는다. 사용자가 모호한 질문을 던지면 현재 언어모델은 되묻는 일이 거의 없고 그냥 틀린 답을 내놓는다(“current language models rarely ask users to clarify ambiguous questions and instead provide incorrect answers”)1. 즉 모델이 안 묻는 것은 “질문할 게 없어서” 가 아니다. 기본 행동이 그렇다.

같은 논문에서 되묻기를 선택적으로 붙였을 때 — 모호한 질문만 골라 되묻고 명확한 질문은 바로 답하게 했을 때 — 모호·비모호가 섞인 Ambiguous TriviaQA 세트에서 조정 정확도가 약 20%p 올라갔다1. 여기서 “조정” 이 중요하다. 불필요하게 되물을 때마다 페널티 $\lambda = 0.8$ 을 곱해 깎은 점수다. 아무 때나 다 되묻는 전략(force clarification)은 모호한 질문에서는 정확도가 오르지만 명확한 질문에서 페널티를 크게 물어 합산으로는 손해였다1.

이 한 줄이 실무 규칙을 준다. “항상 질문해” 가 아니라 “필요하면 질문해” 다. 매번 되묻게 만들면 왕복만 늘고 순이득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 되묻기는 진짜로 외부에서 정보를 가져온다

Anthropic 공식 프롬프팅 문서의 비유가 정확하다. Claude 를 “당신 팀의 관행과 워크플로를 모르는, 똑똑하지만 새로 온 직원” 으로 보라는 것2. 같은 문서의 판정 기준도 명확하다 — “맥락이 거의 없는 동료에게 프롬프트를 보여줬을 때 그가 헷갈린다면, 모델도 헷갈린다.”2 되묻기는 이 격차를 사람이 아니라 모델이 먼저 발견하게 만드는 장치다.

그래서 (1)은 이득의 출처가 분명하다. 내 머릿속에만 있던 제약이 프롬프트로 이동한다. 모델이 더 똑똑해져서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 내가 답을 흘리면 안 된다

Anthropic 의 sycophancy 연구는 5개 AI 어시스턴트 전반에서 사용자 의견에 맞추는 행동이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보고한다3. 더 불편한 수치도 있다. 사람의 선호를 학습한 선호모델(PM)이 설득력 있게 쓰인 아첨 응답을 기본 진실 응답보다 95% 선호했고, 가장 어려운 오개념 항목에서는 정정해 주는 응답 대신 아첨 응답을 약 45% 골랐다3.

되묻기 프롬프트에 내 결론을 미리 깔아두면 —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뭐가 더 필요해?” — 돌아오는 질문은 검증이 아니라 확인사살이 된다. 되물을 때는 결론을 비워둔다.


2. “권위자 3인 토론” — 이득은 있는데, 출처가 페르소나는 아니다

토론 자체는 근거가 있다

Du 등의 multiagent debate 논문(ICML 2024)이 1차 근거다. 같은 모델 인스턴스 여럿이 각자 답을 내고, 서로의 답을 읽고 비판하며 여러 라운드를 돌면 수학·전략 추론과 사실성이 함께 올랐다4. 인상적인 사례도 있다. GSM8K 20문제에서 Bard 단독 11문제, ChatGPT 단독 14문제였는데 둘이 토론하면 17문제를 풀었다4. 둘 다 처음엔 틀렸다가 토론 중에 정답으로 간 경우도 보고된다.

그런데 “권위자 3인” 이라는 라벨은 이득의 원천이 아니다

여기가 핵심이다. Zheng 등은 162개 페르소나(대인관계 6종 · 전문분야 8종)를 4개 LLM 계열 · 사실 질문 2,410개에 전수로 붙여봤다. 결과는 페르소나를 시스템 프롬프트에 넣어도 객관적 과제 성능이 개선되지 않았고, 일부 조건에서는 오히려 떨어졌다5. “질문마다 최적 페르소나” 는 존재하지만, 그걸 자동으로 고르는 전략은 대부분 무작위 선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5.

Anthropic 도 공식 블로그에서 같은 방향을 말한다 — 최신 모델에서는 XML 태그와 무거운 역할 부여(heavy role prompting)의 필요성이 줄었고, 명시적이고 분명한 지시에서 출발하라는 것6.

즉 “당신은 도널드 커누스다 / 마틴 파울러다 / 켄트 벡이다” 라고 이름을 박는 행위 자체는 공짜 성능이 아니다. 이름은 라벨이고, 효과는 그 이름이 끌고 오는 어휘와 관심사가 서로 달라져서 나온다.

토론이 자동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다

Smit 등의 벤치마크가 이쪽 반대 증거다. 여러 MAD(multi-agent debate) 프로토콜을 비용·시간· 정확도로 재보니 현재 형태의 MAD 는 self-consistency 나 다중 추론경로 앙상블 같은 비토론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기지 못했다7. 의료 계열 데이터셋 밖에서는 오히려 단일 에이전트가 대부분의 시스템을 앞섰다7. 저자들의 진단은 “토론이 본질적으로 나쁘다” 가 아니라 하이퍼파라미터에 훨씬 민감해서 최적화가 어렵다 쪽이다.

Huang 등(Google DeepMind·UIUC)의 결론은 더 날카롭다. 외부 피드백 없이 모델이 스스로 고치는 내재적 자기수정(intrinsic self-correction)은 추론에서 성능을 떨어뜨린다. GSM8K 에서 GPT-3.5 는 74.7% 는 원래 답을 유지했고, 답을 바꾼 나머지에서는 맞은 걸 틀리게 바꾸는 쪽이 더 많았다8. 같은 논문은 동일한 응답 수로 비교했을 때 다중 에이전트 토론이 self-consistency 보다 못했다고도 적는다8.

이것이 (2)의 정체다. 토론은 외부에서 아무것도 안 들여온다. 같은 모델이 같은 지식으로 세 번 말하고 서로 읽는다. 다양성은 늘지만 근거는 안 는다.

그러면 실제 손잡이는 뭔가

Smit 등이 이 지점에서 실용적인 걸 하나 준다. 에이전트 프롬프트에 “다른 에이전트에게 X% 만큼 동의하라” 는 한 줄(agreement intensity)을 넣어 동의 정도를 조절했더니 성능이 크게 흔들렸다. Multi-Persona 에서 약 15%, Society-of-Mind 에서 약 5% 개선이 나왔다7. 그리고 방향이 데이터셋마다 반대였다 — MedQA·PubMedQA 는 높은 동의에서 이득을 봤고, 반직관적으로 설계된 CIAR 은 강하게 반대하게 했을 때 이득을 봤다7.

정리하면 작동하는 손잡이는 “누구인가” 가 아니라 “얼마나 불일치하는가” 다.


3. 그래서 실제로 이렇게 쓴다

(1) 되묻기 — 결론을 비우고, 상한을 건다

아래 작업을 하려고 한다. 지금 내 설명에서 네가 추측으로 메워야 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서, 답이 달라질 질문만 최대 5개 물어봐.
추측해도 결과가 안 바뀌는 건 묻지 말고 그냥 가정하고 적어.

<작업>
...
</작업>

세 가지가 들어 있다. 결론 없음(아첨 차단), “답이 달라질 질문만”(CLAM 의 선택적 되묻기), 개수 상한(불필요한 왕복 페널티 차단).

(2) 3인 토론 — 이름이 아니라 불일치를 지정한다

이 설계를 세 개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평가해라.
- A: 운영 안정성만 본다. 장애·롤백·관측 가능성.
- B: 개발 속도만 본다. 이 결정이 다음 3개월 변경 비용에 주는 영향.
- C: A와 B의 주장에서 *틀린 전제*만 찾는다. 대안은 내지 마라.

규칙: 각 입장은 근거로 이 리포의 실제 파일/커밋/수치만 인용한다.
근거를 못 대는 주장은 "근거 없음" 이라고 표시하고 결론에서 빼라.
마지막에 세 입장이 끝내 합의하지 못한 지점을 목록으로 남겨라.

여기서 실제로 일하는 건 인물 이름이 아니라 평가 축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점, C가 반대 전담이라는 점(agreement intensity 를 수동으로 건 것), 그리고 근거를 외부(리포·수치)에 묶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조항이 가장 중요하다. Huang 등의 결과가 말하는 건 결국 외부 피드백 없는 자기수정은 못 믿는다는 것이므로, 토론에 외부 근거를 강제로 물려야 이득이 실재한다.

그리고 합의는 결과물이 아니다

Du 등의 논문조차 토론이 거의 항상 하나의 답으로 수렴한다고 보고한다4. 수렴은 정답의 증거가 아니라 절차의 종료 조건일 뿐이다. 그래서 위 템플릿의 마지막 줄은 합의문이 아니라 불일치 목록을 요구한다. 세 입장이 끝내 안 맞은 지점이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할 목록이다.


마무리 — 판정 기준 하나

두 프롬프트를 쓸 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하나로 줄어든다.

이 프롬프트가 모델 바깥에서 무언가를 들여오는가?

(1)은 들여온다. 내 머릿속의 제약을 꺼내오므로 이득의 출처가 명확하다. (2)는 기본적으로 안 들여온다. 그래서 근거를 외부에 못 박지 않으면, 셋이 사이좋게 같은 착각에 수렴한 결과를 “검증된 결론” 으로 읽게 된다.

근거 한계 명시: 위 수치는 모두 각 논문이 자기 실험 설정에서 보고한 값이고, 모델· 데이터셋·연도가 서로 다르다(GPT-3.5·GPT-4·Bard·Llama-2·Qwen 세대). 특히 MAD 계열은 Smit 등이 직접 지적하듯 하이퍼파라미터 민감도가 커서 동일 조건의 중립적 head-to-head 비교는 부재하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주장은 “토론이 몇 % 낫다” 가 아니라 “토론의 이득은 조건부이며, 페르소나 라벨은 그 조건이 아니다” 까지다.


References

  1. Lorenz Kuhn, Yarin Gal, Sebastian Farquhar. CLAM: Selective Clarification for Ambiguous Questions with Generative Language Models. arXiv:2212.07769. https://arxiv.org/abs/2212.07769  2 3

  2. Anthropic. Prompting best practices (Claude Platform Docs). https://platform.claude.com/docs/en/build-with-claude/prompt-engineering/claude-prompting-best-practices  2

  3. Mrinank Sharma, Meg Tong, Tomasz Korbak, et al. Towards Understanding Sycophancy in Language Models. arXiv:2310.13548. https://arxiv.org/abs/2310.13548  2

  4. Yilun Du, Shuang Li, Antonio Torralba, Joshua B. Tenenbaum, Igor Mordatch. Improving Factuality and Reasoning in Language Models through Multiagent Debate. ICML 2024, PMLR 235:11733–11763. https://proceedings.mlr.press/v235/du24e.html (arXiv:2305.14325)  2 3

  5. Mingqian Zheng, Jiaxin Pei, Lajanugen Logeswaran, Moontae Lee, David Jurgens. When “A Helpful Assistant” Is Not Really Helpful: Personas in System Prompts Do Not Improve Performances of Large Language Models. Findings of EMNLP 2024. https://aclanthology.org/2024.findings-emnlp.888/ (arXiv:2311.10054)  2

  6. Anthropic. Prompt engineering best practices. https://claude.com/blog/best-practices-for-prompt-engineering 

  7. Andries Smit, Nathan Grinsztajn, Paul Duckworth, Thomas D. Barrett, Arnu Pretorius. Should we be going MAD? A Look at Multi-Agent Debate Strategies for LLMs. arXiv:2311.17371. https://arxiv.org/abs/2311.17371  2 3 4

  8. Jie Huang, Xinyun Chen, Swaroop Mishra, Huaixiu Steven Zheng, Adams Wei Yu, Xinying Song, Denny Zhou. Large Language Models Cannot Self-Correct Reasoning Yet. arXiv:2310.01798. https://arxiv.org/abs/2310.01798  2